'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 출간, "폼잡지 말고 편안히 사는 게 행복"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몸이 아파서 나한테 약 타러 오는 이처럼 힘 없는 백성들이 나의 참스승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제자인 청전 스님은 5일 서울 인사동에서 연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민중, 사람이란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름 없는 많은 민중이 스승들이 달라이 라마 못지않게 오늘날 자신의 수행과 행복을 이끌어 줬다는 말이다.
청전 스님은 티베트 난민정부가 있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26년째 구도의 길을 걷고 있다. 명상과 독서, 봉사가 삶의 전부다.
그는 자신을 가르친 참스승은 이름없는 민중들이기에 자신의 종교 또한 '민중'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유럽에 가서 강연할 때 청중들이 물으면 내 종교는 불교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휴먼(사람), 피플, 민중이라고 하죠.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가 히말라야를 닮은, 맑고 밝은 현지 사람들의 얼굴에서 발견한 행복의 비밀은 '착한 삶'이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이들의 대다수는 기구한 현실을 살아간다.
티베트 독립을 위해 싸우던 비구니 스님 3명은 악명 높은 중국의 드랍치 수용소에 갇혀 무자비한 성폭행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인도로 탈출했다. 다시 승복을 입어도 될지 양심적인 고뇌에 시달리다 환속하기로 마음먹었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몰래 국경을 넘다가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는 사고를 당한 뒤 이십 대의 나이에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스님도 있다.
청전 스님은 수행자가 배부르고 물질이 넘치면 타락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 달라이 라마 제자 청전스님 "민중이 참스승"
-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달라이 라마의 제자인 청전 스님은 5일 서울 인사동에서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 출간기념 간담회가 끝난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전 스님은 "이름 없는 민중들이 달라이 라마 못지않은 참스승"이라고 말했다. 2013.11.5 <<문화부 기사 참조>> kong@yna.co.kr
"어떨 땐 한국에 오고 싶어요. 홀아비가 혼자서 밥해 먹는 것도 힘들고……. 그렇지만 필요하다고 다 가지면 우주로도 모자랄 겁니다. 법정 스님도 이게 없으면 죽는다 하는 것만 빼고는 갖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종교 현실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종교에 상관없이 성직자가 되면 신분상승을 한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사실은 포장지만 바꿨을 뿐 똑같은데도 말이죠. 스님을 비롯해 성직자들이 신도들한테 반말하는 것은 정말 못 참겠어요. 힘 있는 사람들한테는 빌빌대잖아요."
청전 스님은 "종교가 왜 나눠져야 하냐'며 "교리에 집착하면 남을 죽이게 돼 있다. 역사에서 가장 잔인하게, 가장 많은 학살을 한 것도 히틀러 같은 사람이 아니라 종교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랜 세월 달라이 라마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느꼈던 그의 진실됨과 인간적 매력에 반해서다. 남을 위한 배려와 봉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도 통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깨끗하게 차려입고 갔는데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오시더라구요. 한 번은 성적인 갈등을 느낄 때가 있느냐고 여쭤보니 물론 있다면서 그럴 땐 더욱 간절한 기도로 극복한다고 답할 정도로 솔직하고 인간적인 분입니다."
청전 스님은 남들이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출가를 두 번이나 했다.
1972년 유신이 선포되자 교육대학을 자퇴하고 가톨릭신학대에 편입해 성직자의 길에 들어섰다가 1977년 당시 송광사 방장 구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
10여 년의 참선수행에서 얻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1987년 나선 동남아 불교 국가 순례길에서 달라이 라마와 마더 테레사 등과 운명적으로 만난 뒤 돌아와 곧바로 한국 생활을 정리했다.
청전 스님은 수행과 행복의 개념을 이렇게 정리했다.
"수행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남을 위하고 사람을 받들어 모시는 것입니다. 행복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기가 편안한 대로 하는 거예요. 폼잡지 말고 편하게 사는 게 바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