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택스님 “잘 관리 못해 송구스럽다”
1981년 1월 종정 취임 당시 성철스님이 직접 쓴 유시(諭示)를 도난 당한지 지 18년 만에 되찾았다.
서울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는 오늘(5월2일) 오전9시30분 마포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철스님 유시 도난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브리핑 했다.
성철스님 유시는 지난 1995년 상좌 원택스님이 <우리시대의 부처 성철 큰스님>이란 책자 발간을 위해 유품에 대한 사진 촬영을 의뢰한 것을 보조 사진작가인 A씨(57세)가 빼돌려 절취했다. 이후 A씨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소재 미술경매회사 실제 운영자인 K모씨(65세)에게 성철스님 유시를 판매했다. K씨는 이 유시가 장물이라는 점을 알고 1000만 원에 매수해 취득했으며, 이후 경매를 통해 부산에 거주하는 S씨가 2100만 원에 낙찰을 받았다.
서울경찰청광역수사대는 성철스님 유시가 경매에 나왔다는 정보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한 결과, 이 유시가 진품이며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유시를 절취해 유통한 A모씨 와 K씨 등 2명을 절도 등의 혐의로 검거해 불구속 입건하고 피해품을 회수했다. 성철스님 유시는 현재 경찰에서 보관하고 있고, 검찰에 송치후 소유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철스님 유시는 제6대 종정 취임 당시는 1980년 1월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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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는 “유시는 종정스님이 취임후 종도들이 지침이나 가르침으로 삼을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상영 교수는 “근현대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 갖고 있는 유물이나 유품, 유적지들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문제가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현대의 주요한 역사적 인물이나 현장, 그리고 의미를 갖고 있는 유품들에 대한 국가와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는 “이번에 회수한 유시는 작성 당시 두 점이었으나, 현재 한 점 밖에 남아있다”면서 “종단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 성철스님이 친필로 작성한 것으로 조계종 종단의 귀중한 기록유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물품에 대한 절도ㆍ장물 유통 사범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고 피해품은 반드시 회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의 수사결과 브리핑은 오전9시30분터 시작해 11시30분까지 두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늘 브리핑에는 교계 언론은 물론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일반언론도 대거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